초혼(超魂) - 제1장 4화
산 아래 마을은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먼 길을 떠나는 상인들의 노랫소리, 새벽녘부터 시작된 가축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김씨 영감의 회갑잔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어우러져 마을 곳곳에 활기가 넘쳤다.
김씨 영감은 마을에서 가장 연로한 어른이었다. 평생 농사와 장사를 오가며 가정을 이루었고, 그의 성실함과 인자함 덕에 많은 이들이 그를 존경했다. 회갑잔치는 자연스럽게 마을의 큰 행사로 자리 잡았다.
장씨네 장원에서도 잔치 준비를 돕기 위해 아침부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장원 주인인 장준호는 평소처럼 잔치에 필요한 쌀과 술, 약간의 고기를 내놓으며 말했다.
“김 영감님께서 우리 마을을 지켜주신 세월이 얼마인데요. 오늘은 마음껏 즐기세요.”
잔치 준비를 돕는 마을 사람들은 장씨네의 호의에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장준호의 아내는 마당에서 장천과 장준을 불렀다.
“천아, 준아, 너희도 가서 잔치 음식을 나르는 걸 도와드려라. 오늘은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니?”
“네, 어머니!” 장천이 밝게 대답하며 형의 손을 잡아끌었다.
“형, 우리도 가자! 나도 오늘은 어른들처럼 일 좀 해볼게.”
장준은 그런 동생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너무 무거운 건 들지 마라.”
정오가 되자 마을 중앙에는 온갖 음식과 술이 차려졌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며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뛰놀며 웃음을 터뜨렸고, 어른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
장씨네 가족도 잔치에 참석했다. 장준호 부부는 김씨 영감에게 직접 축하 인사를 전하며 감사의 말을 건넸다. 장천은 형과 함께 아이들 틈에서 뛰어놀다가, 한참 뒤에는 형과 나란히 앉아 구경을 했다.
“형, 김 영감님이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 장천이 술잔을 들고 어른들 사이에 낄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중얼거렸다.
“응, 맞아. 이 마을이 이렇게 오랫동안 평화로웠던 것도 김 영감님의 덕이 크지.” 장준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들은 그렇게 하루를 즐기며 마을의 평화로움을 만끽했다.
그러나, 마을에서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산등성이에는 그와는 전혀 다른 공기가 맴돌고 있었다.
도적 우두머리 유방(劉方)은 산 아래로 보이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저 평화로운 마을이라... 곧 저들도 현실을 알게 되겠지.”
그의 옆에는 칼과 창으로 무장한 부하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 근방의 산적과 도적들로 구성된 무리였다. 금은보화를 노리며 유방의 깃발 아래에 모인 이들은 이미 수십 명에 달했다.
“대장, 병장기는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한 부하가 보고했다. “철제 갑옷 몇 벌은 빼앗은 것이고, 나머지는 나무와 대나무로 만든 갑옷입니다. 창과 칼은 나름 쓸 만한 것들입니다.”
유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병장기는 모자라지 않아. 이곳은 전쟁터가 아니다. 마을 사람들은 우리를 막을 엄두조차 못 낼 테니.”
“언제 움직이실 겁니까?” 다른 부하가 물었다.
“오늘 밤이다. 낮에는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밤이 되면 모두 술에 취해 정신을 놓겠지.” 유방은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 “그때가 우리가 움직일 때다. 저들의 경비가 얼마나 허술한지 한번 보여주자고.”
그는 부하들에게 작전을 전달하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곳은 황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다. 마을에 군관 한 명 보이지 않으니 이번 일은 쉬울 거야. 새벽이면 장씨네 장원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병장기를 손질하는 소리가 은밀히 퍼졌다. 잔치가 무르익고 있을 때, 폭풍은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
마을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장원의 대청에서는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장천은 형과 부모님 곁에서 그 행복한 순간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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