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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스토리

초혼(超魂) - 제1장 3화

by SCV #9 2025. 1. 21.

 

초혼(超魂) - 제1장 3화

바람이 차갑게 불었다. 달이 구름 뒤로 숨은 밤, 몇몇 그림자가 산기슭 어귀의 낡은 주막에 모여들었다. 그들의 외투는 먼지와 진흙으로 얼룩져 있었고, 눈빛에는 불온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이 근방에서 재산을 모은 집이 있다더군.” 한 사내가 낮게 읊조렸다. 그는 테이블 한쪽에 앉아 기름진 손으로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눈빛이 번들거리는 그의 얼굴은 도적단의 우두머리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장씨네 장원 말이오?” 다른 사내가 그 말을 받았다. “이 지역에서는 꽤 이름난 부호라고 들었소. 상단(商團)도 운영하고 있고, 하인들도 많다던데요.”

“하인들이 많으면 뭐하나? 들리는 말로는 무공을 익힌 이가 하나도 없다더군.” 우두머리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게다가, 이곳 치안이 어떤지는 너희도 알지 않느냐. 몽골놈들이 도망가고 나라 꼴이 이 모양인데, 그깟 지방 영감들이 무슨 힘이 있겠나.”

그들의 대화는 점차 음험해졌다.


장씨네 장원이 위치한 이 지역은 본래 명(明) 태조가 새 왕조를 세우기 이전부터 산적과 도적 떼가 자주 출몰하던 곳이었다. 몽골 원(元)이 쇠퇴하고 명이 세력을 키워가는 혼란기, 지방 관리는 이름뿐인 존재였고, 백성들은 스스로를 지키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장씨는 장사를 통해 재산을 모으고 평판을 쌓았다. 그의 장원은 넉넉함과 더불어 이웃들에게도 인심 좋기로 유명했다. 곤궁한 자가 찾아오면 쌀 한 말이라도 나눠주었고, 병든 자가 도움을 청하면 약재를 지원했다. 이로 인해 주변 마을 사람들은 그를 존경했고, 그의 장원은 은근한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그런 평판은 가난하고 절박한 이들에게는 희망이었지만, 욕심 많은 악인들에게는 탐욕의 대상이 되었다.


“장씨네 장원은 꽤 괜찮은 먹잇감이지.” 우두머리가 말을 이었다. “쌀 창고는 가득 차 있고, 그가 거래하는 물건 중에는 비싼 약재와 비단도 있다고 들었다. 심지어 금붙이도 꽤 있다는군.”

“하지만 경비가 약하다 해도, 저들이 우리를 막으려 하면 어떻게 하죠?” 한 젊은 도적이 물었다. “장씨가 인심 좋기로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그를 따르는 이들도 많을 겁니다.”

우두머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젊은 도적을 바라보았다.
“좋은 질문이야.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이미 장씨와 그의 하인들의 동선은 확인했다. 장원에 무기를 다룰 줄 아는 이는 거의 없다더군. 우리가 밤에 기습한다면 아무도 우리를 막지 못할 거다.”

우두머리는 입꼬리를 올렸다.
“며칠 전, 우리 정보를 모으는 자가 그 집 하인을 매수했지. 이제 그 장원에 무슨 일이 있는지 손바닥 보듯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내 작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대화는 낮은 목소리로 이어졌고, 테이블 위의 지도가 펼쳐졌다. 장원 주변의 지형과 경비의 위치, 탈출로까지 꼼꼼히 파악한 흔적이 드러났다.

“우리가 기습할 때는 정확히 새벽녘이어야 한다. 그 시간에는 모두 깊이 잠들어 있을 테니까.” 우두머리가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그리고 불을 지를 거다. 겁을 먹으면 다들 움직이지 못할 테니.”

“불이라니... 그럼 정말로 그 집안은 끝장날 텐데요?” 한 사내가 물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재산이다. 필요하다면 그들의 발을 묶는 데 불이 최고지.” 우두머리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의 말은 그들에게 남은 망설임을 완전히 없앴다.


바람이 더욱 거세졌다. 구름 사이로 달빛이 비칠 때면, 그들의 얼굴에 드리운 어둠이 더 짙어졌다. 주막의 불빛은 희미하게 흔들렸고, 방 밖에서는 매서운 추위가 몰아쳤다.

“좋다. 며칠 내로 움직인다.” 우두머리가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너희는 걸리지 않게 조심해라.”

그들이 떠난 뒤, 주막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그곳을 스쳐 간 음습한 기운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주변에 맴도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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